not history, but HERSTORY 영화 <허스토리> 언론/배급 시사회

영화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시모노세키(관)와 부산(부)을 오가며 일

영화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시모노세키(관)와 부산(부)을 오가며 일본 재판부에 당당하게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과거의 사건으로 지나가는 역사(History)가 아니라 뜨거운 용기로 단 한 번의 역사를 이뤄낸 그들의 연대와 공감의 이야기(Herstory)를 담아낸 영화 <허스토리>를 만나고 왔다.

*김학순 할머니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 최초 증언 기자회견 이후 서울에 이어 부산여성경제인연합회가 1991년 ‘정신대 신고 전화(당시 명칭)’를 개설했고, 이를 시작으로 10명의 원고단과 13명의 무료 변호인들이 모여 6년간 23번의 재판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재판 사상 처음으로 보상 판결을 받아냈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부 재판’이라는 소재를 영화화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나.
민규동 감독 90년대 초반 김학순 할머니의 고백을 보고 가슴에 돌멩이를 안고 살았다. 10년 전부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힘든 이야기, 불편한 이야기를 누가 보겠느냐, 하는 여러 질문들 속에서 많이 좌절했었다. 그러다 도저히 혼자 잘 먹고 잘 살기가 부끄러워서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시나리오를 3편 정도 썼는데, 모두 40년대 이야기였다. 그때의 증언들을 연구하고 기록들을 보던 와중에 전혀 몰랐던 관부 재판을 알게 됐다. 이후에도 많은 재판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작은 승리의 기록이 왜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을까, 하며 들여다보니 그 안에 다른 큰 서사가 있다는 걸 확인하고 영화로 만드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 생각했다.

05-7긴 시간과 많은 사건을 압축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영화를 구성하면서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는가.
민규동 ‘위안부’는 영화에서 민족의 대표적인 희생양이나 꽃다운 처녀, 짓밟힌 자존심과 같이 민족 전체의 큰 상처로 많이 언급되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 볼 것도 들을 것도 없이 다 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그럼에도 잘 모르고 있는 개별 할머니들의 아픔을 구체적으로 다뤄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할머니들은 단지 상징적인 존재가 아니라 한 명의 여성으로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숨기도 하고, 도망가기도 하고, 살아남은 양식이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인물들의 살아 있는 모습들, 그리고 용기내서 싸웠던 모습들을 보여준다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부산 사투리와 일본어를 잘 구사했는데, 어떻게 준비했나.
김희애(문정숙 역) 부산 사투리는 겁이 안 났다. 일본어만 어떡하나,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부산 사투리가 더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어미 처리만 하면 되겠거니 했는데 그 한 문장에도 억양이 있어서 자면서도 들었다. 보통의 이야기라면 이만하면 됐다고 포기했을 텐데 할머니들을 생각하니 내가 조금 더 노력하면 할 수 있는 건데 가짜처럼 보이면 극 전체에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어 부산 사투리 선생님과 매일 만나서 연습했다. 잠깐 미국에 갔다 올 때에도 아침, 점심, 저녁으로 통화했다. 선생님하고만 하면 한정된 사투리가 나올 것 같아서 그분의 이모님, 이모님의 친구분들, 그분의 친구들 등 각계각층의 사투리를 익숙하게 만들었다. (웃음) 아마 부산분들이 들으면 그래도 어색할 테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후회는 없다.

배정길 캐릭터는 처음에는 주변의 시선을 피해 힘들게 살아왔지만 재판을 기점으로 조금씩 용기를 찾아가는 인물이다. 내적인 감정 변화가 가장 큰 인물이라 생각이 드는데 연기할 때 어떤 점이 힘들었나.
김해숙(배정길 역) 그분들의 아픔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지 않을까, 겁 없이 시작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작업을 하면 할수록 그 아픔의 깊이를 알 수 없다는 생각에, 다가갈 수 없다는 그 두려움 때문에 고통스럽고 힘들었던 것 같다. 내 나름대로 배우로서 연기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 자체가 오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 내려놓고 비우고 하얀 백지로 만들자 생각했다. 너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던, 나로서는 굉장히 힘든 작품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동료 배우들도 열정적으로, 그리고 뜨거운 마음으로 참여했고, 감독님도 많이 보듬어주셔서 하루하루 연명하며 잘 버텼던 것 같다.

박순녀 캐릭터는 겉으로는 거칠고 강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아픔을 깊게 묻어둔 인물이다. 역할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는가.
예수정(박순녀 역) 작품을 보면서 인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몰랐던 역사이니 많이 다가가려고 했는데, 오늘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까 이 안에서 뭔가 뭉글뭉글 올라오면서 할머니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하게 됐다. 그분들의 용기가 뜨겁게 다가온다. 이제야. 정말 죄송하다. 아직도 마음이 편치가 않아서 멍한 상태이다.

작품 안에서 함께 관부 재판을 이끌어나가는 캐릭터들이다 보니 촬영하면서 배우들과 연대감도 생겼을 것 같은데 호흡은 어땠나.
문숙(서귀순 역) 나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다. 여기에 같이 앉아 있지만 이분들은 40년간 이 자리를 지키신 분들이다. 나는 작품에 들어가면서 무조건 다 선배님으로 모시기로 결정했다. 이분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면서, 배워가면서 하자고 생각했다. 함께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큰 득이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알 수 없고, 연기 대결을 한다는 것 자체도 어림없는 일이라 나를 그냥 던졌다. 한번 내려갈 때까지 내려가보자, 했다.

작품에서 할머니들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끌어가야 하는 역할이다. 준비할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중점에 뒀는가.
김희애 실존해계시는 분들의 이야기라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그래서 더 하고 싶었다. 그런데 시작하고 나니까 그게 굉장히 부담스러운 숙제였다. 그만큼 최선을 다해서 진짜처럼 보여야 하니까. 일단 문정숙 캐릭터에 맞게 머리를 자르고, 안경을 쓰고, 체중도 찌웠다. 감독님이 완벽주의자다. 일어도 좀 하시는데, 그게 함정이다. (웃음) 석달 전부터 일어를 외웠는데 억양이 마음에 안 든다고 살짝살짝 바꾸신다. 그러면 완전 다 무너지는 거라 힘들었다. 아무튼 최대한 거리감 없이 비슷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매 작품마다 강렬한 캐릭터를 도맡으며 인상을 남겼다.
<허스토리>에서의 캐릭터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
이용녀(이옥주 역) ‘위안부’ 문제는 내가 해결할 수도 없고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늘 피하고 싶었는데, 대본으로 받으니 더 이상 피할 수가 없겠구나, 했다. 이건 내 문제고, 우리나라의 문제고, 우리의 숙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떻게 연기한다, 보다는 더 이상 문제만 삼지 말고 해결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작품을 설명하는 것이라도 어떻게든 참여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캐릭터가 아픔을 느끼고 표현하기보다는 잊어버리고 순간순간 생각이 나서 아파하는 역할이라 마음이 편하기도 했다. 감독님에게 감사했던 건 평소에 강해 보이는 이미지 때문에 이런 역할을 쉬이 안 주는데 과감하게 좋은 역할을 주셔서 아주 즐겁고 행복했다. 이번 작품으로 인해 사회에서 소용돌이가 일어나 조금이나마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어서 다음 세대에는 이야기가 안 나오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여성 배우들이 단체로 등장하는 영화는 굉장히 오랜만이다. 재판 장면의 경우 독백 형식으로 자신의 연기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기도 하는데 배우로서 서로에게 자극이 되기도 했나.
김해숙 다들 내려놓는다는 표현을 했는데, 우리가 아무리 해도 그분들의 아픔을 알 수가 없다는 생각에 정말 최선을 다해서 한 명 한 명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며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견제 보다는 서로 감동을 했었던 것 같다. 각자 갖고 있는 열정들이 모여서 그런 뜨거운 장면들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여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는 여배우로서 정말 좋다. 이걸 계기로 해서 많은 여성 배우들이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영화가 가지고 있는 깊은 뜻, 아직 우리에게는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이용녀 다른 작품 같았으면 서로 경쟁도 있고 의식도 하고 했을 텐데, 이번에는 똘똘 뭉쳐서 할 수밖에 없는 엄청난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런 여지가 없었다. 저 사람은 어떻게 하나 바라보고 더 아파하고, 어떤 작품들보다 따뜻하고 서로 위로하고 아꼈던 것 같다.

영화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나.
민규동 특정 장면을 뽑기는 어려운데, 우리 주인공들이 재판정에서 자기 이야기를 용감하게 털어놓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 장면을 향해 자신의 감정과 사연을 쌓아가고 있어서 각각이 시나리오로 썼을 때보다 훨씬 인상적으로 표현됐다. 개인적으로는 왜 하필 이런 영화를 만들려고 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 정도는 영화에 펼쳐놓을 수 있어서,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게 부끄러워서, 하는 지점이 마음에 든다. 이런 영화 만든다고 바뀌겠냐는 질문도 있는데 세상이 꿈쩍 안 해도 영화 속 주인공들, 보고 만드는 우리들처럼 조금은 바뀌니까, 세상이 바뀌는 큰 신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서 그 대사가 좋다.
김희애 김선영 배우와 브로맨스처럼 여자들 간에 우정 어린 장면들이 많아서 기억에 남는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택시운전사한테 저분이 당신 어머니면 어떻겠냐고 소리 지르는 장면이 있는데 굉장히 대리만족하고 통쾌했다. 사실 우리 어머니일 수 있고, 딸일 수 있고, 우리 가족의 이야기인데 나부터도 너무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생각했던 게 부끄럽다. 영화에 출연하면서 답할 수 있게 되어 늦게라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해숙 개인적으로 아직도 뭉클한데, 할머니들의 법정신이 좋았다. 가장 생각나는 대사는 마지막에 “인간이 돼라.”이다.
예수정 마지막 김희애 배우의 모습, 할머니들이 사진 찍는다고 바라보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삶을 이해하기 시작한, 문이 열리는 모습 같다고나 할까. 그런 장면이 있는 줄 몰랐는데, 기억에 남고 좋았다.
문숙 “나는 위안부는 아인데.” 이런 대사가 나온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텔레비전에 나올 때 뭔가 모르게 불편했었는데, 영화를 찍으며 역할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깨달았다. 그분들은 수모를 겪고도 살아남으신 분들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 감정을 늘 끓이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른 이야기를 하신다. 살아남기 위해서.
이용녀 김해숙 배우의 대사 중에 이제라도 미안하다. 잘못했다. 그 말 한마디 해다오, 라는 그 말이 연습할 때도 가장 와닿았었고, 아까 영화를 보면서도 정말 눈물이 쭉 나오더라. 지금도 우리가 바라는 게 그거 하나지 않나. 해줬으면 좋겠다. 꼭 해줘라, 알았지? (웃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과 더불어 <허스토리>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준다면.
민규동 굉장히 많이 만들어진 것 같지만 별로 많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니까 또 ‘위안부’ 영화야, 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이 영화는 법정영화이기도 하고, 여성들이 주인공인 여성영화이기도 하고, 다양한 캐릭터들의 열정이 있는 영화이기도 하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봐주시면 좋겠다.
김희애 여러분들이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하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여자들이 누구의 엄마나 이모, 아줌마가 아니라 어떤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찾아가는, 고민하는 모습들이 좋았다. 그런 역할을 주신 감독님에게 너무 감사해서 신나게 촬영했다. 우리 영화는 그런 면에서 차별화된다고 생각한다. 잘 됐으면 좋겠고, 그래서 앞으로도 여자들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가 계속 나올 수 있었으면 한다.
김해숙 개인적으로 과거의 아픔과 상처도 중요하지만 그 아픈 상처를 겪은 그분들의 그 후의 삶, 그리고 한 번도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일부 승소했던 6년간 23번의 치열한 재판, 그 사실을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알았다. 굉장히 부끄러웠다. 많은 분들이 영화를 사랑해주셔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관부 재판이라는 실화를 알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픔과 상처를 딛고 한 여성으로서 일본에 맞선 그 뜨거운 용기를 함께 나눠줬으면, 그래서 그분들에게 조그만 위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수정 영화를 보고 난 후 아직도 속이 울렁울렁해서 조금 힘들다. 관객의 입장에서 봤는데 할머니들이 오히려 용기를 주고 삶을 힘차게 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살아 있다는 건 굉장히 귀한 거네, 라고도 느꼈다. 완전히 나를 관객으로 만든 영화였다.
문숙 강간을 당한 사람이 이런 일을 당했노라고 말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그런데 할머니들은 직접 앞으로 나왔다. 이분들이 오리지널 미투 운동이다. 억만 겁 당하고도 용기를 내고 나섰다는 데 정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나부터도 쉽지 않았을 거다. 주위 사람들에게 욕을 먹어가면서 나선다는 건 가슴 떨리는 일이다. 그럼에도 할머니들이 대한민국 여성을 대표해 큰 소리를 외쳐주셨던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잊지 않겠다. 앞으로도 계속 소리를 내며 열심히 살겠다.
이용녀 영화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이야기할 때 조금씩 의무감을 갖고 힘을 모아주시면 어떨까 생각한다. 한국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거지 않나. 각 개인보다 우리의 이야기인 것 같다. 우리가 함께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때보다 힘을 실어 도와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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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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