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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의 미래를 만나다

아시아 각국 젊은 프로듀서들의 학교에 거는 기대감과 그들이 준비 중인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영화의 미래를 예상할 수 있었다.

차세대 아시아영화의 미래가 궁금하다면 부산아시아영화학교를 눈여겨보자. 부산아시아영화학교는 국제적인 영화비즈니스에 걸맞은 전문적인 프로듀서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지난해 10월 4일 개교했다. 아시아 각국의 경력 프로듀서들을 대상으로 국제공동제작을 위한 프로듀서의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춘 교육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여기에 영화인들 간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미래의 파트너십을 다지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 올해 3월 10일 개강한 이후, 첫 학기를 보내고 있는 부산아시아영화학교로 가봤다. 중요 프로그램과 교수진이 전하는 학교의 비전을 들었다. 무엇보다 아시아 각국 젊은 프로듀서들의 학교에 거는 기대감과 그들이 준비 중인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영화의 미래를 예상할 수 있었다.

영화학교야 수없이 많다. 하지만 프로듀서를 위한, 그것도 현장 경험이 있는 프로듀서들을 중심으로 프로듀싱 능력을 강화하는 학교는 아시아에서도, 전 세계 어디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프로듀서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뚜렷한 목표야말로 부산아시아영화학교의 설립 취지이자 타 영화학교와 차별화된 지점이다. 학교는 아시아 전역 프로듀서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뒀다. 올해는 한국을 비롯해 이란, 인도, 인도네시아, 미얀마,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 17개국에서 온 20명의 교육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필름커미션(영화·영상물 촬영에 필요한 행정지원 및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기구)인 부산영상위원회가 5년간 관리·운영을 위탁받아 지난해 10월 부산아시아영화학교를 열었고,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3월 10일 개교했다. 최윤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겸 부산아시아영화학교장은 학교 운영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영화산업의 특성상 국제공동제작의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아시아 프로듀서들 간의 네트워킹 형성과 그를 바탕으로 한 협력은 더없이 중요한 과제로 급부상했다.”

개교 첫해인 올해의 최종 경쟁률은 5.7:1. 부산영상위원회가 의장기구로 있는 아시아영상위원회네트워크(18개국 60개 회원)를 통해 각 국가의 영상위원회에 지원서를 낸 교육생들도 꽤 많다. 필리핀영상위원회의 1차 지원자만 해도 무려 300여 명에 달할 정도다. 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부산아시아영화학교 개교 소식을 홍보한 게 큰 효과를 봐 그때 부산을 찾은 아시아영화인들의 지원이 이어졌다. 한선희 학과장은 “영화제작 경험, 자국의 영화산업에 대한 이해도, 한국영화에 대한 기본 소양, 그리고 영화에 대한 열정을 심사의 기준으로 꼽았다”고 전한다. 그 결과 교수진은 하나같이 교육생 칭찬에 여념이 없다. 한선희 학과장은 “심사 때부터 교육생들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었다. 실제로 교육해보니 정말 잘 뽑았구나 싶다. 특히 다들 빨리 본인의 기획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공통의 목표가 있다 보니 학교의 에너지 원천이 된다”고 전한다. 최종 선발된 교육생은 소수정예인 20명. 여기에 교수 4인과 교육팀의 지원하에 현직에서 다년간 영화프로듀싱 관련 일을 해온 경력 많은 영화인들의 특강까지 이어진다. 게다가 모든 교육생에게 전액 장학금과 기숙사가 제공된다. 건물 리모델링 비용과 기자재 구입 등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 부산시의 자원으로 진행됐고, 이후 교육에 필요한 자금은 부산시의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모든 수업은 100% 영어로 진행된다. 수업 내용을 보면 1학기에는 프로듀싱할 때 꼭 알아둬야 할 내용들, 예컨대 국가별 영화산업 수준, 예산 짜기와 투자 유치 방법, 프로듀서 입장에서 본 스토리텔링과 시나리오 분석법, 장르와 영화이론에 대한 정규수업으로 진행된다. 이와 함께 20명의 교육생들이 각자의 기획안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획개발 워크숍이 병행된다. 교수 각각이 20명의 학생과 수업을 해본 뒤, 서로 간의 영화적 취향이나 기획안의 보완이 좀 더 수월한 방향으로 5명씩 그룹을 짜 교수 1인과 보다 면밀한 기획개발에 들어간다. 그 후 1:1 면담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다양성을 살린 맞춤형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2학기에는 구체적인 트리트먼트 개발에 힘을 쏟은 뒤 피칭을 준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리는 마켓과 ‘LINK OF CINE-ASIA’ 등에서 피칭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개별 수업은 보통 3시간씩 진행된다. 학생들이 모두 수업에 참여해 교수의 지도와 질문 하에 각자가 관련 주제에 따른 자국 영화산업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간다. 한 예로 김영 교수가 진행하는 ‘영화제작 연구’ 수업을 보자. 각국 시각특수효과(VFX) 회사들의 작업 방식, 작업 현황 등을 각 교육생이 조사해와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별로, 문화권별로 VFX에서 색상을 쓰는 방식, 사운드 믹싱 시 달라지는 점의 예들을 공유하며 문화별 이해도를 높이기도 한다. 김영 교수는 “경험 있는 프로듀서들이다 보니 상호 피드백이 활발하다. 집단 지성의 효과랄까. 미얀마나 라오스처럼 VFX 회사가 단 한개도 없는 경우도 있듯 국가별 영화시장의 크기나 산업 발전 정도의 차가 큰 편이다. 하지만 교육생들 개개인의 능력은 상당하다. 그들은 날카롭지만 애정을 갖고 자국 사회를 바라보고 있고 그걸 반영한 기획안을 낸다. 내가 직접 프로듀싱하고 싶은 작품도 꽤 된다. (웃음)”고 말한다. 정규수업 외에 유운성 영화평론가의 ‘아시아영화사’를 비롯한 특강, 뉴질랜드 ‘웨타 디지털’의 테크니컬 디렉터들의 강의를 듣기 위해 ‘AZworks’를 방문하는 필드트립도 이어진다. 또 하나,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8시에는 한국어 수업도 있다. 부산아시아영화학교 졸업생들인 만큼 한국영화인들과 교류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한국어 역시 배워두면 분명 유용할 거라는 판단으로 만들어진 수업이라고 한다.

 

4-2“국제공동제작을 위한 산학 연계의 장”

최 윤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부산아시아영화학교장

어째서 프로듀서 중심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나
영화와 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만큼 기획과 파이낸싱 전반을 총괄하는 프로듀서가 비즈니스의 중심적 역할이라 생각한다. 내수 시장의 한계는 불가피해 보이는 만큼 국제공동제작의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개교 준비 단계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고 들었다
‘어떤 프로듀서가 하던 일을 그만두고 1년간 여기 오겠느냐’며 반대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때 내게 확신을 준 분이 학교 자문위원이기도 한 당시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였다. 내 얘기를 듣자마자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다!’라고 하셨다. 그 말에 힘을 얻어 밀어붙일 수 있었다. (최윤 운영위원장은 취재 이후 전해진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의 별세 소식에 깊은 애도를 전해왔다.)

커리큘럼의 방향은
학교와 교수진은 교육생 각자의 경험이 더 나은 기획과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그에 걸맞은 주제를 제시할 거다. 영화의 기획, 제작, 후반작업뿐 아니라 영화의 수출입, 배급, 각국의 세관, 회계법 등도 꼼꼼히 조사해 곧바로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살아 있는 지식을 전달하려 한다. 최종적으로는 교육생들이 국제공동제작을 하길 바라며 학교가 산학 연계의 장이 되길 희망한다.

 

4-4“자기 기획이 가능한 최고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

한선희 학과장, 김 영•달시 파켓•조희영 교수

부산아시아영화학교 학과장인 한선희 교수는 <말하는 건축가>(감독 정재은, 2011), <만신>(감독 박찬경, 2014), <망원동 인공위성>(감독 김형주, 2013)의 프로듀서이자 <올드 데이즈>(2016)의 연출자다. 기획, 제작, 스토리텔링 경험이 상당하다. CGV무비꼴라쥬(현 CGV아트하우스) 다양성영화팀장이었고 한국영화아카데미 프로듀싱 전공 초빙교수인 김영 교수는 글로벌 네트워킹의 노하우를 전하고 싶다고 한다. 들꽃영화상 시상식을 만들고 우디네 극동영화제와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의 한국영화 컨설턴트인 달시 파켓 교수는 장르영화를 비롯한 아시아영화사를 가르친다. 조희영 교수는 벤처캐피털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에서 영화, 드라마, 공연 등의 부분투자를 담당한 경험을 살려 투자 유치와 패키징 전반을 전한다.

한선희 국가마다 제작 방식이 다를 수 있겠으나 프로듀싱은 고도의, 다양한 지식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체계적인 교육이 꼭 필요하다. 상업성 강한 작품부터 실험영화까지, 시작 단계인 기획부터 구체화된 것까지 교육생별로 상황이 다 다르다. 기획개발 워크숍 때 그런 점들을 최대한 고려해 그룹수업과 1:1 면담을 진행한다. 다양성을 그대로 살린 맞춤형 교육이다.

김 영 연출에 비해 프로듀서는 상대적으로 ‘자기 작품을 만들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나 박탈감이 있을 수 있다. 교육생들에게 강력하게 강조한다. ‘본인 작품을 기획하라!’ 그리고 미래의 프로듀서들에게도 단편 졸업 작품으로 제작에 관여해보고, 로컬영화 기획도 해봤다면, 국제공동제작에 꼭 참여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달시 파켓 아시아영화의 다음 세대라고 할 수 있는 교육생들이 장차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어낼 거라는 기대감이 크다. 아시아영화사 수업에서는 교육생들이 각 국가의 고전영화와 고대사를 소개한다. 아시아 국가 대부분이 식민과 전쟁, 내전의 역사를 경험해서일까. 교육생들은 자국 역사에 대한 부채감을 작품 안에 적극적으로 들여오더라. 그러면서 아시아영화사 연구의 상당 부분이 일본과 중국에 치우쳐 있었다는 걸 자각하며 아시아영화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조희영 시장성 있는 작품들도 꽤 있다. 한국과 공동제작해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싱가포르에서 온 캐롤도 싱가포르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남자주인공이 한국에 와 소방관이 된다는 설정의 이야기를 구상 중이다. 며칠 전 근처 소방서로 가 리서치도 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사켄은 형사물을 준비하는데 이것도 프로듀싱해보고 싶은 작품이다. 한국 쪽 제작사, 감독, 작가와 접촉해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진행해보려 한다.

김 영 2학기엔 피칭 준비에 중점을 둔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투자를 받고 공동제작 패키징에 들어가 내년쯤 영화를 찍고 이듬해에 다시 영화제에서 선보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다.

조희영 공동제작에 있어서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건 타깃 시장을 분명히 하는 과정의 중요성이다. 교육생 각자 자신의 영화가 어떤 국가의, 어떤 영화적 취향을 갖고 있는 관객들에게 소구될 것인지를 분명히 하는 게 필요하다. 사전 조사부터 타깃 오디언스를 분명히 하는 법을 알려주고 유도해주는 게 교수진이 해야 할 역할 중 하나다.

한선희 한국영화계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대학원 수준의 커리큘럼으로 채웠고 한국영화계에서 이름 있는 분들을 특강에 모신다. 2학기에는 해외 강사 분들도 오실 것 같다. 교육생들이 정말 우수하니 특강을 요청하면 꼭 오시라. 미래의 파트너들이기도 하다.

 

4-8“여기서 배운 걸 토대로 하루 빨리 내 영화를 만들고 싶다”

타이 누타폰 락카탐

한선희 교수와 타이에서 온 누타폰 락카탐의 일대일 면담 시간. 트리트먼트를 놓고 문장 하나하나, 신 하나하나를 따져가며 묻고 답하기가 계속된다. 락카탐은 “한 교수님께 스토리 라인의 중요성과 어떻게 하면 강력한 메인 캐릭터를 만들어갈 수 있는가에 대해 배우고 있다”며 집중한다. 그는 지난해 자신의 연출작인 단편 <리틀 타이거A Little Tiger>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을 때 부산아시아영화학교 홍보물을 보고 입학을 결심했다고 한다. “완벽한 타이밍에 이곳에 왔다. 감독 겸 프로듀서로서 한 단계씩 성장해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을 때 이곳을 알게 돼 더없이 기쁘다.” 그는 이곳에서 “감독과 프로듀서 사이의 역할 분담, 프로듀서의 의무와 책임, 트리트먼트를 분석하고 구체화하는 방법까지 전반적인 프로듀서의 능력을 익혀나가고 있다”며 교육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한 4명의 교수진이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최적화된 교육을 진행하는 교육 방식과 다른 프로듀서들의 기획을 들어보고 피드백을 해주며 서로가 자극을 받는 방식을 통해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여기서 배운 걸 토대로 하루 빨리 내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포부를 전했다.

 

4-9“전문 프로듀서들이 네트워킹을 만들어간다는게  상당한 매력”

한국 이용희

한국인 교육생은 총 3명. 그 중 이용희는 한국, 뉴욕, 밀라노에 기반을 두고 있는 다국적 프로덕션인 37th Degree 소속의 프로듀서다. “체코영화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차린 회사다. 공동창립자 중 한명인 이탈리아 출신의 지오바니 푸무 감독은 서울에서 광고 작업과 단편영화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내가 프로듀싱하고 그가 연출한 단편 <굿 뉴스Good News>(2016)가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우리는 또 한 번 3개국 공동제작으로 장편영화를 준비 중이다.” 그가 부산아시아영화학교에 입학하게 된 건 “아시아 각지에서 온 전문 프로듀서들이 네트워킹을 만들어간다는 게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는데 또 다시 기존의 영화학교에 들어간다는 게 부담되는 선택이었다. 오히려 이곳에서는 현장을 경험하고 온 친구들로부터 각국의 작업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볼 수 있다. 내가 준비 중인 차기작을 촬영할 때 당연히 이 친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웃음)”

 

4-10 4-11공부도 식후경이라. 수업 중간 점심시간이면 교육생들이 직접 각자의 취향껏, 입맛껏 요리를 해먹는다. 한국식 커리와 인도식 커리가 공존하는 밥상이 흔하다. 전체 교육생이 외식이라도 하게 되면 개인적, 종교적 이유로 해산물, 소고기, 돼지고기를 피해 종국의 메뉴는 닭고기라고.

일종의 교육생 자치 활동의 하나인 시네클럽. 정규 수업 외에 교육생들이 모여 앉아 각자 소개하고 싶은 자국의 영화를 함께 보는 자리다. 이날은 말레이시아의 응친잉이 호스트로 나와 호 유항의 <미세스 케이>를 보고 직접 감독과 영상통화를 진행했다.

4-12 4-13이 정도면 세기의 대결이다. 수무두 말랄라가마와 벵캇 아무단이 1층 스튜디오 한편에 있는 탁구대에서 제대로 붙었다. 아무단도 탁구 좀 친다고 하는데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일주일에 3일씩 탁구를 쳤다는 말랄라가마의 스피드에 어째 압도되는 듯하다. 둘의 빛나는 호흡으로 거듭되는 랠리처럼 그 힘으로 공동제작도 성공하길!

부산아시아영화학교의 큰 목표 중 하나가 영화인들 간의 지속 가능한 네트워킹이다. 교육생들과 부산지역 영화인, 영화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각국의 영화산업과 교육생들이 기획개발 중인 작품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b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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