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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함께라서 유쾌하다

그럼에도 함께라서 유쾌하다

영화감독 김영조, 사운드 디자이너 구현욱

영화를 만드는 것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작 작업이라지만 혼자 만들 수 없으니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에는 작업 때문에 만났지만 이제는 인간적으로 든든한 친구가 된 파트너. 흔치 않은 조합인데 부산에서 연출과 사운드 디자이너로 오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김동백 개인적으로 두 사람을 알지만 두 사람이 그렇게 어울리는 조합은 아닌데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됐는지 이야기해 달라.

김영조 내 세번째 작품이 <목구멍의 가시>(2009)였는데 사운드 퀄리티가 좋지 않아 고민하고 있던 차에 PD가 소개해줘서 처음 만났다. 그때 사운드믹싱 작업을 도와줬는데 제작비가 별로 없던 상황이라 적은 비용이었지만 많이 도와줬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구현욱 당시 김희진 감독의 <손에 반하다>(2009)도 했었고 <메모-링>(2007)도 했었지만, 부산에서 돈을 받고 작업을 한 적은 없고 단순히 도와주는 형태로 참여했었다.

김영조 저한테는 받았잖아요?

구현욱 아니 주니까 받았지! (웃음)

img3226김영조 원래는 SBS드라마 <패션 70s>에서 사운드를 전담했었다. 왕성하게 서울에서 음악과 사운드 작업을 하다가 부산에 내려왔는데 주먹구구식의 시스템에 혼란스러워 했다. 사실 당시에 부산에서 독립영화감독이 사운드에 투자를 한다거나 시스템화 된 규격에 맞춘다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구현욱 돈이 없으면 뭔가 다른 게 있어야 하는데 김영조 감독은 뭣 때문에 내가 이 작품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있었다. 비록 돈은 제대로 받지 못하지만 김 감독에게서는 치열함이나 절박함 등이 보여 내가 꼭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작품 이후 두 사람은 2010년 부산영상위원회의 지원으로 홋카이도에 다큐멘터리 촬영을 가게 된다. 이때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겨울 추위를 견디며 힘들게 작업하면서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고 한다. 이후 김영조 감독의 <사냥>(2013), <그럼에도 불구하고>(2015)에 믹싱 또는 사운드 작업으로 두 사람이 함께한다.

img3228김동백 구현욱 대표는 다양한 작업을 하는 것 같다. 업무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구현욱 일단 음악으로 된 파트는 다 한다. 영화를 비롯해 드라마, 뮤지컬까지. 작업의 범위는 한정짓지 않고 한다. 요즘은 모바일 사운드를 비롯해 게임 음악도 많이 한다.

김영조 그뿐 아니라 재즈관련 공연 기획과 연극 작업도 한다. 너무 바쁘다.

김동백 부산에서 영화 사운드 작업만 하기에는 아직 산업적 파이가 너무 작은 것 같다. 그래서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것 같다. 김 감독은 2015년이 특별할 듯한데··· 상복이 많았다.

김영조 내가 했던 모든 작품들에는 흔한 말이지만 자식처럼 장단점이 있다. 이번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스태프들이 많았다. 그전에는 주로 혼자 작업했는데 부족하고 놓치고 있던 부분을 스태프들이 채워줘서 좋은 성과가 있었다. 덕분에 대중들에게도 보다 알려졌고 다가갈 수 있었다.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도 하고···

김동백 옆에서 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김 감독 기존 작품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구현욱 둘이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구성이 많이 바뀌었다. 처음 보고 “이건 되겠다!”고 내가 말했다. 그전에는 구성이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캐릭터에 대한 정리나 밀도도 높고 전체적으로 구성이 탄탄해졌다.

김동백 본인이 후반부에는 직접 붐맨도 했고 촬영기간도 길었는데 힘들진 않았나?

구현욱 그런 점은 별로 없었다. 영화가 완성되고 나서보니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워낭소리>(2009)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보다 훨씬 상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영조 지금 배급이 안 된다. 배급하겠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웃음)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마음으로는 동의하고 싶으나 현실적으로는 동의가 안 된다.

김동백 두 사람이 첫 작품 이후 지금까지 계속 함께하는 것을 보면 인간적으로 혹은 작업적으로 잘 맞는 것 같다.

김영조 구 대표가 이전에 드라마를 했다. 드라마에 맞춰야 하니 쫄깃쫄깃하고 말랑말랑한 사운드를 했는데, 나랑 하면서는 많이 달랐을 것 같다. 나는 작위적이거나 인위적인 사운드를 극히 배제했다. 처음 작업 당시에는 나도 공부를 하던 시기라 모든 걸 다 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의 사운드를 가지고 여러 시도를 한다는 것은 힘들다. 내가 취했던 방식은 단 한 가지. ‘감정적이지 말자.’ 따뜻한 음악이나 1인칭의 감성적인 사운드를 거부했는데 의아하게 생각했을 것 같다. 한 번 작업 이후 편한 것은 이제는 굳이 디테일하게 말하지 않아도 혼자 작업을 잘하고 나는 체크하고 수정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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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욱 다른 작업과 좀 다른 것은 김 감독은 즉흥적인 게 많다. 기본적으로 마이크 세 개는 현장에 세팅해야 하나는 건지는 느낌이다. 방송은 적힌 구성대로 찍으면 되는데, 김 감독은 오늘 찍는다고 하면 뭔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웃음)

김영조 <그럼에도 불구하고>에는 할머니들 공간들이 나오는데 NG를 내던, 컷을 하던 공간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무조건 찍는다. 롱테이크를 줬을 때 거기서 사운드를 빼야 하니깐. 소스 양도 많은데 기가 막히게 필요한 소스를 찾아낸다.

구현욱 매 촬영 마다 스크립트를 하기 때문에 가능한데 특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소스 양이 많았다.

김영조 영화에 보면 할머니가 개를 안고 내려오는 장면이 있다. 현장이 바빠서 내가 놓치고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사운드 감독이 나의 스타일을 캐치해 귀띔해줬다. 오히려 사운드 감독이 조연출 역할까지 해줬다. 덕분에 그 장면을 건졌다.

김동백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하면서 여러 가지 웃지 못 할 일들도 많았다는데?

구현욱 모든 액땜을 내가 다했다. 심지어 똥도 밟았다.

김영조 (웃음) 사고가 전부 나를 피해서 구 대표를 만났다. 내가 가야하는데 어떻게 하다가 구 대표가 가게 되고 그럼 똥을 밟는다든지, 물세례를 맞는다든지···

김동백 부산에서 사운드 쪽은 인력이 특히 많이 부족한데.

구현욱 그렇다. 근데 이쪽은 일단 재미있어 해야 한다. 붐 마이크를 가지고 나오는 걸로 되는 것이 아니다. 미묘한 음의 변화, 장치들의 기능 등에 재미를 붙이고 해야 한다. 단순히 녹음 만에 그쳐서는 안 된다. 열정적인 친구들이 있다면 같이 작업들을 하면서 체계를 잡고 나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다.

김동백 김 감독은 내년에 작품 계획이 있는지?

김영조 일단 같이 작업했던 다른 분의 제작을 도와줄 예정이고 더불어 다음 작품은 국내가 아닌 해외가 될 것 같다. 사막··· 몽골을 지나서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구 대표가 함께 해주면 좋을 텐데··· 액땜 할 테니까···

구현욱 내가 사막에 가면 비 온다니까! (일동 웃음)

김동백 마지막 질문, 서로한테 바라는 점, 아쉬운 점,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김영조 이제는 손발이 잘 맞아서 작업할 때 편하다. 하지만 창작자는 이기적이다. 한편으로는 편하지만 이기적인 마음에서 바라는 것은 영화에 대한 고민을 좀 더 나누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영화적으로나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다. 내가 발전해야 하는데 혼자 할 수 없으니 서로 이끌어주고 영화적인 고민을 같이 하는 동지로 남아줬으면 좋겠다.

구현욱 김 감독이 조금 더 많이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 밑도 끝도 없이 하는 분도 많다. 하지만 김 감독은 체계가 있고 목적이 있으니 늘 같이 하고 싶다.

영화로 만나 이제는 친구가 된 두 사람. 티격태격하는 것 같고 아무리 봐도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인데도 말없이 서로를 챙기며 의지하는 파트너.
2017년에도 변치 않는 우정으로 몽골 사막에서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

b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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