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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여기의 소중함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배우 김윤석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김윤석을 만났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30년 전의 자신과 마주한 ‘수현’으로 지내며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놓아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던 그는 마치 가족의 기억을 되뇌는 듯 편안한 모습으로 영화를 풀어놨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img3057매력적인 타임 슬립 영화다.

원작과는 많이 다르다. 시나리오를 좋아한 것도 타임 슬립을 CG나 장르적인 것들을 다 걷어내고 온전히 캐릭터와 내용에 집중할 수 있게끔 한 콘셉트가 마음에 들었다.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중년의 멜로를 억지 감동이나 신파, 불륜, 치정 등에 기대지 않고 담백하게 뽑아낸 귀한 시나리오였다. 시나리오를 보고 이 정도의 담백함을 언제 만나보겠나 싶었을 정도로. 프랑스 작가인 기욤 뮈소의 원작은 미국 배경에 미국 사람이 등장하는데, 이를 홍지영 감독이 한국적으로 직접 각색했다는 것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나에게는 선물처럼 날아온 시나리오다. 멜로에 기대지만 친구 간의 우정도 있고, 부모 자식 간의 사랑도 있다. 50대 중년의 남자가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행운 같았다. 딸이 있다 보니 감정이입도 훨씬 잘 됐다. 정말 선물 같은 작품이다.

영화는 기술 시사 때 처음 봤다. 기술 시사는 스태프들이 각자의 파트를 점검하는 자리다 보니 그것에만 집중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울음소리가 들렸다. 끝나고 나니 친구한테 전화하고 싶다, 아빠가 보고 싶다고 말하는 스태프들도 있었다. 그래서 이 정도라면 우리가 목표한 쪽으로 영화가 잘 가고 있구나 생각했다.

딸 바보 역할은 처음이다. 연기하면서 생각이 많이 났을 것 같다.

딸이 둘이 있으니 감정이입이 쉬웠다. 원래 집에서 딸을 부를 때 이름 대신에 딸, 우리 딸, 아빠 딸이라고 한다. 그래서 홍 감독과 상의 후 시나리오 상에서 ‘수아야’라고 되어 있는 것을 실제처럼 딸이라고 불렀다. 딸과의 장면에서 내 모습이 많이 녹아 있다.

그렇게 로맨틱한가.

아빤데 그럼. (웃음) 실제로 나는 집에서 주방에 있는 걸 낯설어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된장찌개를 끓여놓고 같이 밥 먹는 장면들이 정말 익숙했다.

2인 1역이다. 한 캐릭터를 표현하는 연기의 일관성을 위해 어떤 점에 가장 신경을 썼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있는 캐릭터다. 이후로 외톨이가 되면서 내성적인 성격으로 바뀌게 되고, 여리기도 하고. 에너지가 어디로 폭발할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태다. 드러내서 화를 내지 못하니까 담배에 집착하고. 외향적인 것보다는 이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히려 우리가 달라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 더 이야기했다. 방금 이야기한 부분들이 젊은 수현의 모습이라면 나는 그에게는 말하지 못하지만 삶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정리를 하는 사람이고, 또 가장 큰 비극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긋나면 안 되니까 감정을 절제해야 한다. 그런 차이점을 두자 생각했다.

배우 변요한이 젊은 수현을 맡았다.

요한이 얼굴이 동그란 편이라 그나마 싱크로율이 있었다. 만약 너무 서구적인 외모의 배우였다면 장르가 코미디로 바뀔 수도 있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웃음) 다행히 촬영 중반쯤 되니 스태프들이 눈빛이 점점 닮아간다고 그러더라.

과거로 되돌아가는 스토리다. 다시 되돌리고 싶은 순 간이 있다면.

‘아, 그때 이랬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이 영화를 찍고 나니 돌아가지 않는 게 더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는 것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되겠더라.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과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느낌을 달리 표현해 현실을 더 열심히 사는 것이 답이라는 것.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img3072배우 김윤석의 로맨틱한 눈빛을 보길 원했던 대중들 도 꽤 많다.

멜로를 굳이 피해 다니는 건 아니다. 아까 이야기가 나왔지만 중년의 멜로를 그린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를 만나기가 참 어렵다. 멜로라는 것은 항상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호감을 가진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는 건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어떤 면에서 보면 가장 세밀하고 치열한 액션이다.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고. 감정으로 모든 것들을 다스려야 하니까 어렵지만 도전해볼만한 장르다. 
사실 풍선 장면에서 너무 힘들었다. 부끄러워서. 젊은 수현이 풍선으로 프러포즈한 줄 몰랐다. 홍 감독이 풍선을 들라기에 이걸 왜 들어야 하지 했더니 요한이 들었다고 하더라. 홍 감독은 그 장면을 정성을 들여 오랫동안 찍었다. 풍선은 요한의 제안이었다. 그 바람에 나까지. (웃음)

홍지영 감독은 어땠나.

내가 그랬다. ‘완전 작은 거인이다’라고. 정말 차분하고 현장에서 큰 소리가 한 번 안 난다. 차근차근 하나씩 하나씩 찍어나간다. 자기가 원하는 목표까지 찍어내면서 통제하고 리드하는데 작은 거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섬세하고 이성과 감성의 조율을 굉장히 잘한다.

영화를 선택할 때는 무엇을 보나.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야 한다. 이번 영화도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다. 예전에 <가족시네마>(2012)라는 옴니버스 영화를 봤다. 그중에는 홍 감독의 것도 있었는데 옴니버스 3편이 다 좋았다. 그래서 만나 이야기하게 됐는데, 참 캐치가 좋은 분이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Nachtzug nach Lissabon>(2014)에서 주인공인 제레미 아이언스가 한 노인을 만나는데 손을 떨면서 커피가 찰랑거려 못 마신다고 하니, 그가 커피의 반을 마시고 준다. 이런 센스와 감각을 가지고 있는 중년 남자의 느낌이라면 알까요, 하는데 굉장히 섬세하다고 생각했다. 

홍 감독이 다시 함께 작업하자고 한다면.

흔쾌히 할 의향은 있다. 무엇보다 시나리오다. 모든 감독들이 똑같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은 서로한테도 좋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작업은 작업 대 작업이다. 시나리오를 보고 이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하면 해야 한다. 아마 다들 그럴 거다. 안 한다고 해도 서로가 이해한다. 그렇게 해야 오래간다.  

부산에서 40% 정도 촬영을 했다.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는 현재 신을 송정해수욕장에서는 과거 신을 촬영했던데.

오랜만에 광안리 모래사장에 앉아봤다. 우리가 바닷가는 가도 보통 물에 들어가 본 건 오래되지 않았나. 광안리를 지나가기는 해봤어도 옛날처럼 철푸덕 앉아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대학생 때는 애들끼리 춤도 추고 노래도 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개금에 있는 인제대 부산백병원에도 갔다. 양산 부산대학병원에서도 촬영을 했다. 수현의 집도 망미동에 있는 한 테라스형 아파트에서 촬영했다. 계단식 집이어서 특이한 구조였다.

홍 감독이 디테일이 좋다는 게 뭐냐면, 젊은 수현과 처음 만나는 곳이 부산진역이다. 부산역이 아니다. 인제대 부산백병원에 가려면 부산진역에서 내려야 한다. 정말 많이 연구하고 준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와 이거 어떻게 알았지. (웃음) 금강휴게소도 마음에 들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면 금강휴게소가 딱 반 온 거거든.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과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느낌을 달리 표현해 현실을 더 열심히 사는 것이 답이라는 것.

촬영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다고.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촬영할 때였다. 장소가 여기라고 해서 계속 서있었다. 걸어 다니면서. 바다를 보면서 좋아했는데 못 보던 스태프들이 있는 거다. 갑자기 누가 와서 여기가 아니라고 말해줬다. 알고 보니 드라마 촬영장에 들어갔던 거다. (일동 웃음)

배우 김상호와 7번째 작품이다.

워낙 친하기도 하고 자주 만난다. 좋아하는 동료이자 배우고, 동생이다. 광안리해수욕장 장면을 찍을 때 둘이 앉아있는데 촬영 감독이 그러더라. 진짜 왜 이렇게 친구같이 앉아 있냐고. 서로 호흡이 자연스러운 사이니까 그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우정이 부럽다.

언제나 전화해서 만나면 반가운 친구가 10명이 있다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없어진다. 직업이 이렇다보니 만나는 것도 힘들다. 영화를 보고나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이 나만의 소중한 친구들을 잃어버리지 말자는 거다.

출연하는 배우들이 쟁쟁하다.

배우들의 싱크로율이 너무 좋지 않나. 김상호와 배우 안세하도 잘 어울린다. 김상호 고향이 경주고 안세하도 창원이라 더 친근했다. 배우 김호정과 배우 박희본도 정말 닮았다. 우리는 조용하지만 여기에 포진된 내공들이 있다. 빛나는 배우들이 적절하게 들어가서 자기 배역을 채워줘서 영화가 알차게 느껴진다. 김효진, 김성령, 장광, 정인기, 김광규, 김지영 등 그냥 넘어가는 배우들이 없다. 제 역할을 다 해주고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올해 마지막이 훈훈하게 마무리될 것 같다. 내년에 는 더 바빠지는 건가.

지금 <남한산성>을 촬영 중이니 내년 중반까지는 열심히 찍어야한다. 다행히 올 겨울에 이 영화가 나와서 좋다. 이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물로 줄 수 있다는 게 딱 어울려서. 연말 느낌과도 어울린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좋아하는 사람을, 소중한 사람을 자신만만하게 데리고 와서 봐도 된다. 분명히 칭찬 받을 거다. 따뜻해지는 영화다.

bfc

권 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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