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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들의 아수라장을 그리다

영화 <아수라>의 김성수 감독과 배우들

영화 <아수라>는 부산영상위원회가 지원하여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약 3개월간 부산의 구)부산외국어대학교(우암캠퍼스), 범천동 청과물시장, 신평공단창고, 구)해사고등학교, 개금동 도로, 천안사, 장림동 주택가 등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그 인연으로 <영화부산>이 지난 9월 21일(수) 서울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 참석하여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던 생생한 현장 이야기들을 지면에 옮겨 전한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배우 정우성과는 데뷔 때부터 깊은 인연이었는데 왜 이제야 다시 만나게 됐는지 궁금하다.

김성수 감독(이하 김성수) 정우성과는 15년 만에 일하는데, 사실 중간에도 같이 일을 하자고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학 교에서 교수 생활도 하고, 해외에서 사업도 하고, 그러다 진 행했던 프로젝트들이 잘 안되고 하면서 못했다. <아수라> 는 <무사>(2001) 이후 처음으로 내 시나리오로 만든 영화 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뒀던 영화이고 굉장히 하고 싶 었던 작품이어서 정우성에게 이야기했더니 시나리오도 보 기 전에 오랫동안 생각했던 영화라면 본인이 꼭 해야겠다고 해서 어떻게 보면 정우성을 놓고 시나리오를 썼다. 대사의 절반이 욕이다. 본인의 연기에 만족했는가? 정우성 우선 내 연기가 마음에 드는가 하면 사실 잘 모르겠 다. 이제 막 끝내 놓고 평가를 기다리는 입장에서 내 연기 에 대해 어떠한 감상을 갖기는 힘들다. 단지 ‘한도경’이 여 러분들에게 설득력 있는 캐릭터로 다가가길 간절히 바란 다. 욕을 상당히 많이 한다. 아마 출연했던 영화 중에 이렇 게 욕을 많이 한 역할은 없었던 것 같다. 욕하는 게 편안했 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해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욕을 하 니까 후련했다.

기존에 나왔던 계장 역할이 아니다. 굉장히 터프했는데, 잘 생긴 정우성의 얼굴을 강타할 때 기분은 어땠나?

정만식 신선하게 생각된다. 다 아시겠지만 어떻게 구겨놔 도 정우성정우성이다. 근데 우성이 형을··· (일동 웃음) 대단한 일이다. 나보다 한 살이 많다. 우성이 형을 앉혀놓 고 때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살짝 한 번 닿긴 했다. 많은 여 성 팬들이 우려할까 국보를 대하듯, 고려청자를 대하듯 그 렇게 여겼다. 때릴 때 모션은 확실하게 했다. 거친 역을 많 이 해봤지만 이번이 가장 터프했던 것 같고, 이런 역할을 주 신 감독님과 한재덕 대표님에게 항상 감사하고 있다. 이번 에 모든 남자들을 대변하여 정우성을 시원하게 때려봤다.

카체이싱 장면이 인상 깊다. 촬영현장 에피소드를 들려준 다면?

김성수 영화 중반에 나오는 카액션 장면은 이를테면 돌발적 으로 일어나는 ‘한도경’의 스트레스가 폭발하는 장면이어서 굉장히 중요했다. 이모개 촬영감독이 이왕 카액션을 할 거 면 비를 뿌리고 찍자 했다. 비를 뿌리고 하는 액션은 다른 나라에는 없었다. 그래서 우리 한 번 멋있게 해보자했는데 실제로 촬영해보니 너무 힘들고 위험했다. 카메라를 단 촬 영카메라, 액션을 하는 두 차 말고도 주변에 다른 차들이 달리다보니 빗길에서 통제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 서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을 더 할애해서 하나하나 씩 차근차근 찍었다. 차가 서로 충돌하고 부딪히는 장면 이 있는데 정우성 본인이 직접 하겠다고 했다. 편집하면 쇼트가 잘라지니 잘 안 나올 것 같아서 하지 말라고 했는 데 부득불 해야겠다고 하더라. 조마조마하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있다. 좋게 봐주셨다니 감사하다.

영화를 보고 나니 제일 무서운 게 감독님인 것 같다. 이 런 시나리오를 오랫동안 품고 있으면서 어떻게 풀어내려 고 했는지, 안 좋은 일들을 이렇게 총체적으로 녹여낸 특 별한 의도가 있는가?

김성수 범죄액션영화에 무수히 등장하지만 한방에 나가떨 어지는 시시한 악당을 주인공으로 삼고 싶었다. 대체 어떤 가혹한 운명을 타고났기에 열심히 나쁜 짓을 하는데도 큰 보상도 못 받고, 또 아주 난폭한 두목 밑에서 구박만 받다 가 위기 상황이 되면 왜 맨 먼저 달려 나가서 자기를 희생 하는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충성을 하나, 얼마나 두목이 무섭기에,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범죄느와르영화에서 힘없는 악당은 정말 인생살이가 고단하고 힘겹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인물을 내세워서 절벽 끝까지 밀어붙 이고 절벽 끝에 도달해서 자기 주인을 물어뜯는 광경을 생 각했던 것 같다. 짓밟히면 밟히는 게 인간이지만, 계속 밟 히면 고개를 치켜드는 것 또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일반적인 액션영화에서의 선악구도나 어떤 정 의가 이기는 이야기보다는 온전히 악인들만 등장하는, 정 의는 발붙일 틈도 없고 폭력의 주정관계, 폭력의 먹이사 슬로 이루어진 악인들만의 생태계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전문직 전문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교수나 검사와 같은 전문직을 많이 했다. 이번에도 검사직을 맡았는데 전작과 어떤 차별점을 두면서 캐릭터를 연기 했는가?

곽도원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다. 이것을 하는 게 옳은가에 대한 판단이 오래 걸렸던 것 같 다. 관객들이 식상해할까 두려움이 있었는데 시나리오를 받고 두 번, 세 번 읽을 때마다 느꼈던 것은, 다른 때에는 권력을 쓰는 모습에 더 중점을 두었다면 감독님의 말대 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권력을 잃었을 때에 대한, 사람 이 가장 강했을 때와 나약했을 때 등 인간의 내면적인 것 들이 작품에 녹아 있다고 생각했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 진 사람이 표현하기에 달콤한 역할이 아니었는가 한다.

‘김차인’이 점점 무너져가는 모습에 치중했던 것 같다. 출연진들 가운데 막내인데 연기파 형님 배우들과 함께 한 소감은?

주지훈 우리 형님들, 참 귀여워요. (웃음) 관객으로서 또 후배배우로서 어릴 때부터 정말 존경해온 선배들이라 처 음부터 신이 났다. 마치 가지고 있던 버킷리스트 몇 개 를 한꺼번에 달성한 느낌이었다. 정우성, 황정민, 곽도 원, 정만식··· 모두 작품을 함께 해보고 싶었는데, 형님 들과 한꺼번에 출연을 하니 신나서 소풍가기 전에 잠 못 자는 기분으로 매일 촬영했다. 재미있었고, 인생을 사 는 자세라던가 하는 것들을 굉장히 많이 배웠다. 행복 하게 잘 찍었다.

특히 액션영화에서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 액션을 하 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나 힘든 점이 있었다면?

정우성 폭력을 행하는 어중된 악인이 더 큰 폭력에 억압받고 그 에 발악하면서 느끼는 본인의 스트레스 같은 것들이 몸짓으로 나 타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그런 감정들이 짙게 느껴졌기 때문에 다른 영화의 액션처럼 잘 짜인 멋진 합보 다는 치열한 ‘한도경’이 놓여있는 스트레스 안의 몸부림을 보이 고 싶었다. 어떤 트릭이나 기교에 의해 잘 짜이기보다는 온전히 거친 현장의 몸짓으로 전달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부상에 대한 위험성도 컸고, 부상도 당했다. 무모한 시도라고 할 수도 있는데 전혀 무모한 것은 아니었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했다. ‘한도경’의 몸짓, 몸부림에 대한 욕심 때문에 작은 부상들도 있었던 것 같다.

극에서 극으로 가는 인물을 연기했다. 좋은 인간에서 악한 인간 으로 가는 것을 잘 묘사했는데, 영화에서 누가 가장 악하다고 생 각하나?

주지훈 ‘박성배’ 시장. ‘한도경’ 선배는 후배라고 욕은 해도 걱정 이 느껴질 때도 있고, ‘김차인’ 검사도 안쓰러움을 표현하는 느 낌이 있다. 그리고 정만식은 사냥개니까. (웃음) 그런데 ‘박성배’ 시장은 어떤 경우에도 대사를 잘 들어보고 생각해보면 오로지 ‘나’였던 것 같다. 시키는 것을 다해도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상황 에서도 웃으면서 오히려 격려를 해주는 모습이 되게 서늘했다.

욕먹을 정도로 ‘박성배’가 악인으로 나오는 것을 보니, ‘박성배’ 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게 폭력도 있는 것 같고, 단순히 악인에 대한 악함도 있는 것 같고, 돈에 대한 욕심도 있는 것 같 고, 아니면 앞의 세 가지를 아우르는 생존 본능에 대한 것도 있 는 듯하다. 본인이 생각한 ‘박성배’가 살아가는 이유에는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하다.

황정민 ‘박성배’라는 인물자체가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 다. 자기가 살기 위해서 물론 영화에서는 악행을 저지른다. 어 떻게 보면 우리가 지금 사는 사회나 모든 세태들이 대단히 이기 적이다. 내가 잘 살기 위해서 남을 시기하고,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거나 폭력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인터넷에 올리 는 댓글도 언어폭력이다. ‘박성배’가 물론 나쁜 XX다. 어쨌든 그 런 식으로 편하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박성배’라는 인물은 어렵 게 생각하면 할수록 다중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있 는 방법이 없었다.

<신세계>에 이어서 이번에도 남탕이다. 그 전에는 최민식이 라는 형님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제일 형님이었다. 본인이 후배들을 끌고 가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는지?

황정민 전혀 부담은 없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때, 연미 복을 입고 레드카펫 행사가 끝나고 나서 우리들끼리 간단히 소주를 마시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어떻게 이 렇게 또 모일 수 있을까, 이 작품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작품 이 아니겠느냐, 미친 듯이 열심히 잘해보자’라고 여기 모든 다섯 명의 배우들이 그런 마음으로 똘똘 뭉쳤다. ‘이야기는 칙칙하고 힘들고 말도 안 되지만, 그래도 우리 하는 사람들 은 진짜처럼 관객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야 기 했다. 이미 그때에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다섯 명은 잘 뭉쳤다.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모자라는 것을 서로 채 워줬다. 아마 작업하면서 이렇게 행복하게 작업했던 기억 은 없었던 것 같다.

이 역할을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정우성 시나리오를 보고 하겠다 결심한 게 아니라 시나리오 를 보고 깜짝 놀랐다. 왜 이걸 하겠다고 했는지. 시나리오 나오기 전에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고 받았는데 정말 ‘한도 경’이 이해가 안 됐다. 분명히 액션느와르에 나올 법한 주인 공의 모습이나 관습적인 바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근 데 ‘한도경’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 어떻게 이해하고 다가가 야 할지 몰랐다. 감독님이 이야기를 구축한 이유가 명확하 게 있다는 것을 알고 믿었기 때문에 질문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이해하고 따라 들어가 보자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연 기나 리액션에 대한 계산 같은 것도 전혀 하지 않았다. 현장 에서 어떤 목소리를 낼지 사실 두려웠다. 어떤 목소리가 나 오는지, ‘한도경’의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쫓아가 봐야겠다 는 생각으로 첫 촬영에 임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쫓아갔 다. 쫓아가면서 ‘박성배’를 만나고, ‘김차인’을 만나고, ‘문선 모’를 만나고, ‘도창학’을 만나면서 완성되었다. 어떻게 보면 그런 와중에 ‘한도경’이 갖고 있는 스트레스와 더불어 내가 ‘한도경’의 스트레스를 찾아가는 여행에 대한 스트레스도 같 이 버무려진 것 같다.

혹 시나리오 상에서 여성 악인은 있었는지, 있었다면 왜 빠 졌는지 궁금하다.

김성수 물론 여자 악당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무래도 남자들에 대한 이해가 더 있으니까 여자 악당을 설정했을 때 잘 묘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도 있었다. 특히 우리나 라가 가부장적인 전통도 강하고 남자들이 문제가 많은 것 같다. 보통 남자들보다는 한국을 움직이겠다고 나서는 인 간들이 있지 않나. 자기가 없으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실제로 권력과 폭력을 행사하는 인물들을 그릴 때, 남자들 로 그리는 것이 볼 때도 그렇고 관객들에게도 합당할 것이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자 악당들이 안 나왔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쓸 때 인물의 설정과 인물 관계는 어떻게 했 나? ‘한도경’의 아내가 굳이 ‘박성배’의 이복동생인 점이 의 아했다. ‘한도경’이 지옥에서 못나오는 이유가 암에 걸린 아 내인데.

김성수 처음 시나리오는 양이 많았다. ‘한도경’은 원래 악한 사람이라기보다 아내가 아프고 돈을 마련할 방법은 없고 보 험도 안 되는 병이었기 때문에 아내는 원치 않았지만 아내 의 이복오빠를 찾아간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형성 되는 이야기였다. ‘한도경’이 원래부터 나쁜 형사라기보다 는 악의 축인 ‘박성배’를 만나고 그 사람한테 말려들어가고, 또 대한민국의 권력자나 악인들이 그렇지만 친인척, 자신 과 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 혈연, 지연이 한국사회의 하나의 형태이기 때문에 조금 더 합당하지 않았 나 생각했다. 처음에는 ‘한도경’이라는 한 남자의 일상 같은, 어떻게 보면 일기 스타일도 있는 영화였다. 시나리오를 개 발해가면서 사나이픽쳐스 한재덕 대표가 좋게 봐줬고, 같이 이야기하면서 인물들에 더 살을 붙이고, 인물들 간의 관계 설정 등에 아이디어를 냈다. 한재덕 대표의 도움을 받아서 악인들의 관계의 드라마, 그러니까 사건보다는 인물들 간의 관계 맺기에 중점을 둔 시나리오로 개발되었다.

‘한도경’의 매력이 악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는 어리숙함이 라고 생각했다. 보통의 이중 첩자와 다르게 두뇌회전이 빠르 지도 않고 인간적이었다. 이게 매력이 있으면서도 이 사람이 원하는 욕망이 아내를 제외하고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정우 성이 생각하는 ‘한도경’의 욕망은 무엇인가?

정우성 ‘한도경’의 욕망은 아마도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상 황에 놓이는 것이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삶이 그렇지 않 나. 현실에 떠밀려서 어느 순간 자신의 꿈을 잃어가고, 모 든 사람들이 꿈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지금 현재보다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의 삶 중에 하 나다. 그러면서 내리는 판단들이 계속해서 맞는지 아닌지 자신에게 질문하게 되고, 판단에 대해서 우유부단해졌던 것 같다. 다른 영화에서 봤던 주인공의 명석함, 사건을 해 결해나가기 위해서의 주동적인 행동, 이런 ‘한도경’이 아니 었기 때문에 우리 현실과 연관되어 있는 인간이 아닐까 하 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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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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