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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조 감독

김영조 감독

영화가 판타지적인 측면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책, 여행, 공동체 작업 등을 통해 삶을 경험하며 관찰했으면 좋겠다. 다큐멘터리는 그런 면에서 좋은 공부가 된다.

최근 부산영화계의 두드러진 경향을 꼽으라면 다큐멘터리의 약진을 얘기할 수 있겠다. 박배일(<밀양 아리랑>), 김지곤(<악사들>), 김정근(<그림자들의 섬>), 오민욱(<범전>) 등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인물과 사회의 단면을 들춰내는데 재능을 보이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 중에는 김영조(46·동의대 디지털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감독도 포함되어 있다. 본인은 부담스러워하지만 부산영화계의 ‘선배 감독’인 김영조 감독은 8년간 꾸준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통해 다양한 인물의 삶을 관찰하며 세상사는 이야기를 해온 ‘이야기꾼’이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영도민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보낸 그를 만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BIFF ‘와이드 앵글-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선보여 관객의 좋은 반응을 얻었고, 비프메세나상 특별언급과 배급 지원을 받는 영예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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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BIFF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소감이 어떠한가.
2008년 <태백, 잉걸의 땅> 이후 두 번째 경험이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내 영화를 볼 수 있어 흥분됐다. BIFF 기간 총 3회 상영했는데 1, 2회는 전석 매진이어서 놀랐다. 영도에 사는 관객, 영도를 모르는 젊은 관객, 동료 영화인이 찾아 작품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줘 기뻤다. 특히 편집 과정에서 내가 웃고 울컥했던 장면에 관객이 똑같이 반응해 신기하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BIFF에서 배급 지원을 해줘 난생 처음 극장 개봉까지 준비하게 됐다. 일단 국내외 영화제를 좀 더 경험한 뒤 내년 하반기쯤 극장 개봉할 계획이다.

img712<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영도민의 삶을 가까이서 관찰한 근래 보기 드문 다큐멘터리다. 어떻게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됐나?
부산에서 오랫동안 살았지만 영도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물론 태종대 같은 관광지는 갔지만…. 지인의 소개로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분을 만났는데 그분과 가까워지면서 영도를 알게 됐고, 몇 번 왔다 갔다 하며 ‘영도’란 공간을 카메라에 담아야겠다 싶었다. 처음에는 ‘영도’ 하면 떠오르는 조선소 노동자, 해녀를 주인공으로 해야겠다 싶었는데 영도대교 옆 점바치 골목이 눈에 들어왔고, 그곳이 곧 사라진다는 얘길 듣고 그분들의 이야기도 함께 찍게 됐다. 개를 업고 다니는 유쾌한 할머니는 점바치 골목을 드나들며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캐릭터가 재밌으셔서 찍었고. 다큐멘터리가 원래 기획대로 잘 안 된다.

이 영화의 미덕은 ‘사라지는 것의 기록’이란 점이 아닌가 싶다. 점바치 골목, 해녀촌, 조선소까지 지금은 사라진 영도의 풍경을 담고 있는데 특별히 의도한 부분인가?
그런 것은 아닌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영도대교 도개 이후 관광이 중요해지면서 점바치 골목, 해녀촌 등이 도시개발계획에 의해 사라졌다. 점바치 골목은 한국전쟁 이후 영도대교 주변을 문전성시로 만든 역사이자 명물인데 그렇게 사라져 아쉽다. 특히 할머니들이 제대로 나갈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쫓겨나듯 나가서 안타깝다. 할머니 한 분은 영도로 근거지를 옮기고 버스로 출퇴근을 하면서 철거된 점바치 골목에서 점을 봐주고 계신다. 영화 속 조선소도 지금은 철거해 주인공이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영화 속 공간은 사라졌지만 그분들의 삶은 계속되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영도가 부산에서 굉장히 이질적인 공간으로 느껴졌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평범한 삶의 공간이더라. 굳이 사람의 손(개발)을 대지 않아도 좋을, 삶의 공간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여주고자 했다.

2007년 <가족 초상화> 이후 <태백, 잉걸의 땅><목구멍의 가시><사냥>까지 다큐멘터리 작업만 해왔다. 다큐멘터리만 고집하는 특별한 이유는?
경성대 재학시절에는 극영화를 했다. 졸업 후 전수일 감독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2005) 연출부 등에도 참여했다(김 감독은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뒤 2011년부터 영화사 월요일아침을 만들고 다큐멘터리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그러다 아르타바즈 펠레시안 감독의 시적 다큐멘터리에 감동을 받고 프랑스 유학을 결심하고 현지에서 관련 공부를 했다. 그리고 개인사를 담은 <가족 초상화>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다큐멘터리 작업에 매력을 느꼈다. 삶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기록하는 작업, 계속해서 연결되어 이어지는 느낌이 좋았다. 실험영화 등 형식과 장르를 뛰어넘은 다양한 영화를 하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생의 마지막까지 하게 될 것은 다큐멘터리인 것 같다.

2011년 부산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을 역임하는 등 독립영화의 허리 역할을 해왔다. 부산에서 영화작업을 하며 체감한 부산영화의 변화를 꼽는다면?
공대를 다니다가 영화로 전공을 바꿨기 때문에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영화를 시작했다. 그래서 나이가 많을 뿐이지 실제 지금 한창 작업하는 30대 감독들과 같이 영화를 시작했다. 선배 감독이란 대우는 부담스럽다. 글쎄, 먼저 긍정적인 면을 꼽자면 영화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졌다. 전수일, 양영철 등 기성 감독들이 계속 영화작업을 하고 있고, 그들의 제자(김영조, 최용석, 손승웅 등)들이 각자 영화작업을 이어가면서 영화감독의 층이 한층 두터워졌다. 부산영화가 예술을 지향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최근에는 김진태, 김병준 등 젊은 감독이 다양한 장르영화에 도전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어 영화의 폭도 넓어진 것 같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바로 소통 부족이다. 부산독립영화협회가 노력하고 있지만 감독들끼리 소통과 교류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서로의 영화작업을 지지하고, 때로는 따끔한 충고도 해 줄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자극도 받고 동기부여도 되고 기분 좋게 경쟁할 수 있을 것 같다.

img714<그럼에도 불구하고>는 2014년 부산영상위원회(이하 영상위)의 부산지역 영화제작 지원사업 선정작이다. 영상위가 장편극영화에서 다큐멘터리까지 영화제작 지원을 해주며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동의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부산시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점점 배급, 영화제 초청 등 성과를 요구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 같다. 이러다가 진지한 예술영화를 지향하는 젊은이들이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된다. 영화는 뚝딱 만들어지는 상품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영화작업을 지지하고, 격려하고, 지적하는 과정을 거쳐야 좋은 영화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다림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영상위의 영화제작 지원사업은 1년 만에 모든 것을 만들어내야 만들어내야 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1년 정도 기간을 유예해주는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안다. 영상위가 영화 기획·개발 단계부터 제작, 배급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을 수 있도록 중간 중간 도움 받을 장치를 마련해주면 어떨까.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최근 부산시,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부산영화산업을 살리기 위해 많이 애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것이 단기간에 그친다면 오히려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

대학에서 영화·영상을 가르치고 있다. 후배 영화인들에게 하고 싶은 당부가 있다면?
어릴 때 꿈이 액션배우였다. 성룡, 홍금보 등을 동경했다. 점점 자라면서 현실적으로 내가 액션배우가 되기 힘들겠다는 사실을 깨닫고 ‘영화’를 꿈으로 정했고, 영화감독이 되었다. 나도 한창 작업을 하는 창작자라서 후배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얘기해줄 입장이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영화를 할 것이라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히고 많은 것을 경험했으면 좋겠다. 요즘 일부 후배들은 어디서 들은 이야기를 짜내어 영화로 만든다. 영화가 판타지적인 측면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책, 여행, 공동체 작업 등을 통해 삶을 경험하며 관찰했으면 좋겠다. 다큐멘터리는 그런 면에서 좋은 공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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