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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_영화가 예술에 보내는 헌사

#키워드_영화가 예술에 보내는 헌사

키워드를 쫓다 만나는 영화들을 통해 별별 잡동사니 지식을 섭렵해보는 ‘씨네 잡학사전’

2018년 한국영화의 가장 경이로운 기록은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2018)가 가져갔다고 봐야 한다. 관객 수는 물론이고 영화
이후에 소환된 프레디 머큐리와 퀸의 열풍은 의미 있는 신드롬이었다.
그래서 마련한 이번 주제는 영화가 예술에 보내는 헌사!

 

시작은 보헤미안 랩소디! <보헤미안 랩소디>(브라이언 싱어 감독)
<보헤미안 랩소디>가 드러낸 음악영화로서의 전략은 사실적인 재현과 생생한 전달로 압축된다. 프레디 머큐리의 싱크로율 같은 이야기는 넘쳐났으니 생략하고,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영화가 관객의 교감을 끌어내고자 만반의 준비를 했던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은 단순히 공연의 재현이 아니라 새 공연의 탄생에 가까운 공을 들인 결과다. 실제 공연에 참여했던 무대, 공연 스태프를 영화팀에 참여시켜 현장감을 되살렸고 공연 곡은 기존 곡을 립싱크했을 때 연기에 제약이 있을 것을 우려해 프레디 머큐리 역의 라미 말렉과 프레디 머큐리의 커버 가수 마크 마텔의 가창을 섞어 극중 라이브 퍼포먼스를 반영할 수 있는 곡을 만들어냈다.

 

17-1

클래식은 아마데우스!
<아마데우스Amadeus>(1984, 밀로스 포만 감독)
18세기 비엔나를 배경으로 당대 최고의 음악가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라이벌 구도를 다룬 <아마데우스>는 여전히 파급력이 큰 작품이다. 당시의 오페라 공연을 재현하기 위해 연구한 무대와 의상, 그렇게 탄생한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이브 에이드 못지않다. 이 장면을 통해 관객은 작곡과 연주를 업으로 삼는 줄 알았던 ‘음악가’의 한계를 넘어 공연 기획과 연출까지 총괄하는 천재 엔터테이너로서의 모차르트를 만나게 된다.

 

영화 전체가 반 고흐다!
<러빙 빈센트Loving Vincent>(2017,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맨 감독)
영화는 보통 초당 24 프레임이라는 기준으로 촬영된다. 1초에 24장의 사진을 영사하는 방식으로 화면은 움직인다. 러닝타임 95분이라면 136,800 프레임 쯤 되는 셈이다. 제작 기간 10년 동안 100명이 넘는 화가를 동원해 이런 영상의 각 프레임 위에 일일이 유화로 덧칠을 하는 ‘말도 안 되는’ 시도를 통해 영화 전체를 반 고흐 특유의 그림체로 탄생시킨 영화가 바로 <러빙 빈센트>다. 다행(?)히도 영화가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되다 보니 초당 24 프레임 기준의 절반 수준으로 작업했다고 하긴 하는데… 그걸 감안해도 62,450점의 프레임에 마술을 부려놓은 호기는 더 이상의
반 고흐 오마주는 없다는 공언 같은 것일까.

 

17-5쓴다, 고로 존재한다
<호밀밭의 반항아Rebel in the Rye>(2017, 대니 스트롱 감독)
<호밀밭의 파수꾼>의 J.D 샐린저가 작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 아웃사이더였던 젊은 시절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 상황이 스펙터클하게 전개되지만 영화가 놓지 않고 쫓는 것은 샐린저에게 투영한 작가로서의 고민과 글쓰기라는 지난한 여정이다. 글이 쓰여지는 것, 출판되어 알려지는 것, 유명세 속에서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여러 고비를 지나 J.D 샐린저는 은둔하는 글쓰기를 선택한다. 글 쓰는 일 자체에 신념과 존재 이유를 바쳤던 그의 고민과 그 시대 예술가의 어떤 선택은 산업과 상업의 틈바구니에서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양산되는 어느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7-2거장이 거장에게 <취화선>(2002, 임권택 감독) 
오원 장승업은 조선 최후의 거장이라 불린다. 임권택 감독은 <취화선>에서 장승업의 천재성과 그의 그림세계를 조명한다. 그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조선 팔도의 풍광을 바라보는 장승업의 시선으로부터 이어지는 손과 획. 눈에 담은 풍광은 그가 휘두르는 획으로부터 비범해진다. 다른 하나는 장승업의 내면과 세계관이 표현된 그만의 작품들. 기존 화풍의 정형성을 뚫고 나오는 그의 또 다른 세계는 조선 말기 현대적 화풍으로 전환되는 서막의 시점이었다. 획을 따라 세상을 이루었던 여정이 장승업의 예술이었다면 쇼트를 쌓아 장승업의 세계를 들여다보고자 한 감독의 시선은 또 하나의 예술이자 품격이다.

 

17-3예술로부터 시도된 이미지와 시
<그레이트 뷰티La grande bellezza>(2013,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 
이 영화는 예술가를 그린 영화는 아니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의 표현 전체가 예술을 관통하는 영화다. 영화는 어딘가 사색적이거나 시적이다. 서사 구조나 대사보다 이미지를 내세우는 이 영화는 ‘아름다움?’이라는 물음 앞에 놓인 화두들의 연속이다. ‘삶의 아름다움’, ‘사랑의 아름다움’, ‘죽음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 물음을 채우는 이미지는 건축이나 미술로부터 출발해 조각, 신체, 춤, 그리고 살아 있음을 담는 피사체의 클로즈업까지 우리가 간주하는 여러 종류의 예술을 매개로 탐구하고 질문한다.

 

b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