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부산아시아영화학교 배너

인도네시아 영화에 담은 부산 로케이션

인도네시아 영화에 담은 부산 로케이션 <Love Is Blind>

인도네시아 프로덕션 측에서도 고마워했던 부분이었음을 이 지면을 빌려 전한다.

영화 <Love Is Blind(Cinta Itu Buta)>는 필리핀 흥행작
<너를 보는 나Kita Kita>(2017)를 리메이크한 인도네시아 영화이다. 원작은 일본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촬영했고, 크게 성공하여 자카르타-삿포로 항공편 직항이 신설되기도 했다. 한국 프로덕션인 필름라인에서는 마침 원작 필리핀 영화의 프로덕션과 공동제작을 진행 중이었던 터라 인도네시아 영화 촬영과 관련하여 처음 컨택이 왔을 때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최근 한국은 로케이션지로서 좋은 인식을 얻고 있고, 매년 2~3편의 동남아시아 영화 및 TV 드라마가 한국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는 한류 확산과 더불어 한국 관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기존에는 주로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작품이 대부분 서울에서 촬영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영화가 부산을 촬영지로 정했다.

img369img371 <Love Is Blind>는 한국에서 관광 가이드를 하다 약혼자의 불륜의 충격으로 눈이 먼 인도네시아 여주인공과 그녀의 아픔을 보듬으며 새로이 다가온 남주인공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프로덕션 협의 끝에 영화 전체를 부산에서 올로케이션 촬영하기로 했고, 촬영 일정은 2018년 10월 중 15회차 분량으로 결정했다. 이 영화를 통해 부산-자카르타 직항이 생기길 고대하는 마음과 함께, 마침내 로케이션 스카우팅이 시작됐다. 촬영 한 달 전, 인도네시아에서 감독, 프로듀서, 촬영감독, 조감독이 도착했고, 궂은 날씨였지만 부산의 랜드 마크들을-감천문화마을, 해운대, 광안리, 송도해수욕장, 용두산 공원, 다대포, 도 등-위주로 헌팅을 진행했다. 인도네시아의 신인 감독은 한국에 대해 많은 리서치를 해왔고, 부산을 매우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도시로 인식했다. 멀리 자카르타에서 온 인도네시아 스태프들은 지친 기색도 없이 닿는 장소마다 감탄했고, 비가 와 출입이 금지된 몇몇 곳에서는 아쉬워했다. 다행히 촬영 시기인 10월은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시즌이라 안도했다.

img376한국에서 로케이션 촬영한 기존의 다른 해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카메라에 최대한 많은 절경을 담으려는 제작진의 의지에 따라 시나리오는 실외 장면이 대부분이었다. 촬영을 원하는 장소는 허가를 받기가 힘든 곳도 있었고, 장소 대여료가 비싼 곳도 있었다.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물가 차이로 인한 고충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인도네시아 스태프들이 로케이션 스카우팅을 마치고 자카르타로 돌아간 후부터 한국과 인도네시아 프로덕션은 스태프 구성 및 예산 등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이슈는 예산에 관한 것이었고, 정해진 예산 내에서 촬영하기 위해 한국 프로덕션 제작부는 촬영 허가비와 인도네시아 프로덕션이 원하는 장소 사이에서 합의점을 좁혀갔다.

img378드디어 촬영이 시작되는 10월이 되었다. 자카르타에서 온 인도네시아 스태프 26명과 함께 서울을 거쳐 부산에 도착했고, 부산영상위원회에서 지원해준 시네마하우스 호텔 인 부산에 체크인하면서 본격적으로 프로덕션에 돌입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스태프들이 한국이 처음이어서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프로덕션 진행 및 스케줄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첫 미팅부터 쉽지 않았다. 일단은 언어가 달라 통역을 해야 하는데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스태프들도 있어 두 번의 통역 과정을 거치는 일이 발생했다. 시간이 배로 필요해 집중도가 다소 낮아지기도 했지만 어수선한 일부 스태프들을 다독여가며 서로를 이해했고 우리는 한 팀이 되어갔다. 또한, 식사, 쓰레기 분리수거, 한국의 콜타임 등 해외 촬영팀과 작업 시 생기는 소소한 트러블들은 머리를 맞대어 조율했고, 촬영 회차가 거듭되면서는 의견 차이도 줄고 적응하며 배려했다. 한편, 촬영을 며칠 앞두고 로케이션 상황으로 인해 인도네시아 조감독과 스케줄을 조정해야 했는데 공공기관을 통해야 하는 부산 랜드 마크의 촬영 허가 특성상 부산영상위원회의 도움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남녀 주인공이 거주하는 곳의 설정은 동화처럼 아름다운 마을이었는데 알록달록한 감천문화마을에서 마주보는 두 집에 사는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다. 관광 시즌이었던 관계로, 또한 적은 예산으로 한국 스태프가 많지 않아, 촬영에 들어갔을 때 인파를 통제하기가 어려웠던 로케이션들이 있었다. 촬영지로 정한 곳의 대부분이 관광 명소인지라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을 피해 스케줄을 정하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스태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설명하는 시간이 제법 걸렸고, 이에 정해진 촬영 스케줄이 빡빡해지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부산 시민들은 대부분 촬영에 호의적이었으나 간혹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경우는 난감하기도 했다. 개인 상점의 경우는 특히 주의를 요했다. 거리 촬영에는 전 구간의 통제를 원하는 스태프와 시민들에게 피해를 최대한 주지 않으려는 스태프 간의 이견도 있었다. 발생할 것 같은 상황에 대해서는 인도네시아 스태프들에게 미리 설명했고, 그들은 이해해주었으며, 나중에는 조심스럽게 먼저 물어봐주기도 했다.

img380촬영 중간에 추가된 장소도 있었다. 예를 들면, 촬영 기간 중 광안리에서 불꽃축제가 열렸는데 이걸 카메라에 담고 싶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인도네시아 스태프들은 사람들이 얼마나 몰릴지 상상을 못했을 것이다. 부산에 거주하는 스태프들은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통제하는 일은 물론 촬영 자체가 힘들 거라 생각해 말렸다. 하지만 불꽃축제 장면을 꼭 찍고 싶어
하는 그들이었기에 한 번 해보자고 했고, 최소한의 인원과 장비만을 동원하기로 했다. 혹시나 인도네시아 배우나 스태프가 한 명이라도 길을 잃을까, 흩어질까, 다른 사람들이 다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가보니 그리 심하지 않았다. 물론 사람들이 정말 많았지만 그 장소를 촬영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스태프들을 보니 뿌듯했다.

img384촬영이 끝나고 보니 한 달이라는 기간을 함께 고생하면서 어느새 정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큰 문제없이 잘 끝낼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이 작품을 통해 아무리 힘든 상황이어도, 의견 차이가 있어도,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더라도,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 대화하고, 양보하고, 이해하면 모든 게 잘 풀릴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배웠다. 촬영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통역을 하며 곤란했던 적이 많았다.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경우에는 내가 가운데서 이 상황을 풀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흘러서는 서로 대화를 하지 않아도 다들 이해하는 상황까지 갔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결국에는 모두가 친해져서 촬영 마지막 날에는 다 같이
회포를 풀기도 했다. 결국 남는 건 사람이라 헤어질 때는 정말 아쉬웠다.

끝으로 해외 작품 촬영 시 각 영상위원회의 지원은 프로덕션에 큰 도움이 되는데, 특히 로컬 상업영화이지만 한국영화에 비하면 예산이 적은 동남아시아 작품에는 유의미한 메리트가 되고 있다. 이번 인도네시아 영화 촬영에서도 부산영상위원회의 숙박, 차량 등의 실질적인 지원과 더불어 촬영 장소 허가 협조 등은 예산 및 제작 운용 면에서 큰 도움이 되었고, 인도네시아 프로덕션 측에서도 고마워했던 부분이었음을 이 지면을 빌려 전한다.
bfc

FILMBUSAN
FILMBUSAN
ADMINISTRATOR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