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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 그 삐뚤어진 허상

우상, 그 삐뚤어진 허상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제6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전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영화 <우상>

“당신의 우상은 무엇입니까?”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제6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전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영화 <우상>은 사고의 비밀을 둘러싸고 얽히고설킨 세 사람의 퍼즐 같은 이야기를 그린다. 우상을 지켜내기 위해 혹은 만들어내기 위해 홀린 듯 어리석은 선택을 이어나가는 세 캐릭터의 유기적인 이야기와 끝을 향해 맹렬하게 치달아가는 긴박한 전개는 또 하나의 강렬한 서스펜스 스릴러 탄생을 예고했다.

*이 글은 기자들의 질문을 재구성하여 편집하였으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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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 <우상>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이수진(감독) 단편영화를 만들 때 나중에 장편영화를 하게 되면 첫 데뷔작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생각했던 것이 지금의 <우상>이다. 당시에는 기회가 안 됐고, <한공주>
(2014)를 끝내고 한참 후에 영화를 만들게 됐다. 오랫동안 한국사회에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그 시작이 어디일까를 고민했는데, 내 나름대로 생각했던 것이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됐다.
Q. 캐릭터의 어떤 지점에 끌려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됐나?
설경구(유중식)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영화가 워낙 촘촘히 잘 짜여 있어 시나리오 자체가 집요해 보였다. 중식이라는 캐릭터는 처음 봤을 때 이해를 잘 못하겠더라. 왜 이런 결정을 하고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래서 그 인물이 참 궁금했다. 그리고 중식은 메인 캐릭터인데도 혼자 돌파하지 못하고, 계속 리액션을 하는 인물이다. 그런 점도 재밌었다.
한석규(구명회) 영화를 하면서 계속 고민하는 것이 관객들한테 연기를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이다. 연기든, 영화든 학창시절에 꿈꿨던 출발점도 바로 그 지점이었다. 한때는 그것을 맹렬하게 했고, 그러다 지쳐했고, 어느 즈음에는 다시 한 번 해보고 되기만 하면 끝까지 해보자, 하는 마음을 먹고 있을 때 만난 영화가 <우상>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고,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가 마음에 들었다.
천우희(최련화) 일단 이수진 감독님 작품이어서 무조건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웃음) 시나리오가 갖고 있는 그 집요함이
좋았다. 련화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강렬해서 처음에는 두렵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감독님이 <한공주>와는 어떻게 다르게 나를 변신시켜줄지 굉장히 궁금했다. 캐릭터와 시나리오, 감독님, 두 선배님 등 여러 가지 이유들로 안 할 수가 없었다.
Q. 각 인물이 좇는 우상은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석규 명회는 <우상>이라는 제목에 가장 또렷하게 보일 수 있는 인물이다. 콤플렉스가 있다. 한의사 출신이라던가, 학벌, 지연에서 밀리는. 그런 인물이 정치인이 됐고, 자기의 꿈을 펼치는 와중에 어떠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그때부터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가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 무엇을 포기하느냐가 중요한 지점인데, 명회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바른 결정을 하지 않는다. 탐욕을 위해 달려나가면서 결국에는 자기의 목표를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과연 그것이 이루어진 것이냐 하면, 그건 금방 부서질 수 있는 허상의 모습이다. 관객분들에게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인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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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생각나는 대사 중에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은 모르고”가 참 중식 같다. 사실 중식에게 우상이 있나 생각할 수 있는데, 장애가 있는 아들을 잃고 나서 중식은 끝없는 선택을 해야 했다. 그 선택의 기로에서 또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맞춰서 가다보면 또 선택을 해야 했다. 그러면서 매달린 게 자신의 핏줄이다. 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맹목적이 되면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게 중식인 것 같다.
천우희 련화는 우상을 가질 수조차 없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적인 권리조차 갖춰지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에 생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캐릭터이다. 그래서 우상을 꿈꾸지도 못하고 아주 평범한 것들을 갖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렇기에 가장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의지가 강한 인물이기도 하다. 셋 중에서 낮은 자이고 여성이기는 하지만 누구보다도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강력한 인물이지 않나 싶다.
Q.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
한석규 어떤 한 인물을 연기하는 거니까 ‘생생한 인물을 만들어낸다’는 게 내내 짓누르는 스트레스였다. 톤이 높지도, 그렇다고 낮지도 않은 적절한 인물을 생생하게 만들어내고 있는 건가를 계속 체크하는 작업이 힘들었다. 다행히 해를 거듭하며 시행착오를 겪을수록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 확인된다. 한 작품이 끝나고는 모르겠지만 되돌아보면 문득문득 나아지고 있구나, 느낄 때 그 기쁨 때문에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작업은 굉장히 디테일하고 촘촘한 성격의 작품이어서 그 결에 맞추는 연기 톤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원했던 작업이어서 좋았다.
설경구 앞서 말했지만 중식이 선택하고 결정하는 게 이해가 안 돼서 촬영하면서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중식이라는 인물은 아들의 죽음을 맞닥뜨리면서 감정의 최절정에서부터 시작한다. 감독님이 ‘가장 뜨겁게 시작해서 차갑게 끝나는 인물’이라고도 했는데, 중식의 감정은 기승전결이 있는 게 아니고 항상 치고 나가야 해서 매 회차 이미 끓어올린 상태로 준비를 하고 현장에 와야 했다. 웜업(Warm-up) 자체가 없는 캐릭터라고 해야 하나. 또 한편으론 많은 부족함을 느꼈던 작업이기도 하다.
천우희 나도 내 스스로 한계를 많이 품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련화는 본인의 전사에 대해서 직접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캐릭터가 설정된다. 나 또한 련화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상상을 많이 해야 했다. 처음에는 강하고 센 캐릭터를 많이 해봐서 이번에도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사투리나 중국어나 외형적인 변화도 어려웠지만, 련화라는 인물을 6개월 동안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외부적으로 차단되어 있어야 했고, 나 스스로 영화가 개봉될 때까지 비밀처럼 꼭꼭 숨겨지길 바랐던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촬영이 길어질수록 련화의 심리상태를 유지하고 현장에서의 상황들을 극복해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두 선배님과 감독님이 많이 도와줬다.
Q. 사투리가 강한 편인데, 정보 전달에 있어서 걱정이 되진 않나?
이수진 처음 천우희 배우와 이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나라에서 사투리를 제일 잘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굉장히 열심히 사투리 연습을 했고, 현장에서도 사투리 선생님이 계속적으로 지도했다. 정말 잘해줬다고 생각한다. 사실 중요한 대사임에도 사투리가 바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 고민을 했지만 연기 톤과 말투의 뉘앙스만으로도 전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수정하지 않았다. 자막을 넣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있었는데, 그 부분에만 자막이 들어가는 것도 이상했다. 이 영화는 스릴러 장르 속에서 이뤄지는 이야기지만 관객분들이 끊임없이 사유를 해야 되는 이야기이고, 그걸 놓치는 순간에는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곱씹어 본다면 그 말뜻이 전달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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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중년의 아이돌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잘생김을 많이 포기한 것 같다.
설경구 <불한당>(2017)에서 어렵게 조금 펴놨는데 다시 구겨져서 송구하다. (웃음) 예쁘게 봐주시길 바라고 있다.
이수진 그렇게 구겨지지는 않은 것 같다. 설경구 배우는 이미지 변신에 대한 것도 있어서 처음에 탈색을 한다고 했을 때 굉장히 좋아했다. 살도 많이 감량했다. 다만 6개월 동안 탈색을 한다는 생각은 못했던 터라 시간이 지날수록 고생을 많이 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Q. 영문 제목이 <IDOL>이어서 BTS를 떠올렸다. (웃음) 제목과 영화적인 메시지를 연결해서 설명해준다면?
이수진 <우상>이라는 제목은 사전적 의미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이 영화 안에서 우상이라는 것은 한 개인이 이루고 싶은 꿈이나 신념 등이 너무나 맹목적으로 바뀌게 되면 그것 또한 하나의 우상이 되지 않나, 라는 생각에서 지었다. BTS의 <IDOL>보다는 먼저 시나리오가 나왔다. 노래가 참 좋더라. (웃음) 그래서 영어 제목을 정할 때 여러 고민들이 있었다. 두 배우들 얼굴 위에 IDOL이라는 영어 자막이 붙으면 그것만큼 또 재밌는 일이 없지 않을까, 사람들이 궁금해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렇게 지었다.
Q. 정치영화의 경우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을 주로 다루는데 도지사를 꿈꾸는 도의원이라는 게 특이하다.
의도한 바가 있는가? 중간에는 명회가 청와대 시계를
차고 있다.
이수진 분명 의도가 있다. 명회는 굉장히 치밀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 사람이 악인인가 했을 때 선과 악이 같이 있는 우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묘사하고 싶었다. 그게 내 나름대로 명회가 계획하고 있는 어떤 꿈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명회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이나 인지도는 그 이상인데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해서 올라가려고 한다. 그 속내에는 또 어떤 걸 꿈꾸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시계가 가슴 속에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자네는 드라마가 있잖아.”라는 대사도 나오지만 아마 명회 스스로가 드라마를 계속 써나가고 있기 때문에 폭이 큰 행보를 하려고 일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 장면에 관객석과 관객석이 마주보게 했는데?
이수진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내가 그 객석 안에 앉아 있진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특정인에 대해서 맹목적으로 지지하고 좋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래 전에 대선이 있을 때 부모님을 뵀는데, 연세 많으신 분들에게 옮겨 다니는 특정인에 대한 찌라시 같은 걸 핸드폰에서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그 마지막 장면이 어쩌면 이 영화의 주제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img314Q. 안경을 착용하는 시점에 담겨 있는 의미가 있는지?
한석규 특별한 건 없다. 명회가 양아버지의 옷을 입고 안경을 벗고 하는 건 혹시나의 알리바이를 위해서 그랬던 것 같다. 덧붙여서 다른 이야기를 하면, 걱정이 되는 것이 30분이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120분에 걸쳐서 이야기하는 영화들이 있는 반면 이번 <우상>은 러닝 타임이 144분이라는데 모자란 시간이 아닌가 싶다. 바람이 있다면 퍼즐같이 맞춰진 조각조각의 이야기와 모든 대사들을 관객분들이 곱씹어 보면서 과연 저 골치 아픈 이야기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건지, 수수께끼 같이 따라갈 수 있는 신호들이 있으니 사건과 인물을 쫓아가면서 봐주셨으면 한다.

 

img306Q. 핵 폐기장 건설에 대한 이슈를 영화에 녹여 넣은 이유가 있다면?
이수진 명회라는 캐릭터는 선한 인물에서 시작해서 어떤 선택을 하는 인물이다. 우선 핵폐기물이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불안한 것보다는 조금 불편한 게 낫지 않은가,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핵폐기물에 대한 부분도 그 지점하고 연동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쁜 쪽에서 바라본다면 명회는 그 소재 자체를 자신을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요소로써 작용하도록 선택한 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img312Q. 련화가 조선족으로 설정된 이유가 있다면?
이수진 련화가 조선족이라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 영화 안에서 캐릭터들끼리 계급이 존재하는데, 련화는 이야기 속에서만 바라봤을 때 중식이라는 캐릭터 때문에 만들어졌다. 조선족이거나 또는 외국에서 한국으로 결혼하러 오는 분들을 총괄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이유는 예전에 각인이 됐던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먼 이국땅까지 와서 가슴 아픈 사고를 당한
이주민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그때 느꼈던 감정이 련화라는 캐릭터를 굉장히 무섭게 만드는 것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img310Q. 마지막 인사 한마디?
한석규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겸손한 마음으로 진솔하게 정성을 다해서 2년여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아쉬운 점도 많지만 계속 해나갈 뿐이고, 그렇게 건방진 영화는 아니다.
설경구 어렵게 접근하면 어려울 수 있는데, 쉽게 접근하면 쉬운 영화일 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생각을 하면 생각이 더 많아지지만 또 쉽게 템포와 리듬을 쫓아가면 재미있는 스릴러 장르로서도 충분히 괜찮지 않을까 한다.
천우희 오랜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관객분들에게도 그랬으면 좋겠다. 자기 자신한테 되물어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선배님 말씀대로 정성을 다하고 진심을 다해서 어렵게 완성한 영화다. 진심으로 잘됐으면 좋겠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
이수진 오랜 기간 준비했고, 개봉을 한다. 우선 우리 세 배우와 함께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에게 인사드릴 수 있어 기쁘다. 과연 영화 속 인물 중 나는 누구와 유사할까, 그리고 내가 만약 저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생각해본다면 좀 더 흥미롭게 영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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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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