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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속, 리얼리티의 완성 <암수살인>

아무도 모르게 잊힌 일들을 우리 영화는 말하고 있다.

제목만 들으면 흔하디흔한 범죄영화 같다고 느낄 수 있다. 또 살인이라는 단어에 지레 거부감이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많은 사람들이 앞 단어인 ‘암수’에 집중해주었으면 한다. 암수범죄는 실제로 범죄는 발생하였으나 수사기관이 인지하지 못하거나 수사기관이 인지하여도 용의자 신원 파악 등이 어려워 공식적 범죄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범죄를 말한다. 즉, 아무도 모르게 잊힌 일들을 우리 영화는 말하고 있다.

(2018) 장르 범죄, 드라마 상영시간 110분 개봉 2018.10.03 등급 15세 관람가 감독 <a href=

김태균 출연 김윤석, 주지훈" width="210" height="300" /> <암수살인>(2018)
장르 범죄, 드라마
상영시간 110분
개봉 2018.10.03
등급 15세 관람가
감독 김태균
출연 김윤석, 주지훈

영화 <암수살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이다. 실제 부산에서 벌어진 사건이고 집요했던 한 형사님에 관한 이야기이다. 현장에서 우리는 그가 진정한 영웅이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래서 그분의 활동 및 수사 반경을 로케이션지에 담으려고 노력했고, 또 부산영화이니만큼 랜드마크에서 주로 촬영을 진행했다. 영화의 첫 장면이자 촬영 1회차였던 충무동 해안시장에서의 촬영은 영화의 배경처럼 비가 내렸다. 그날을 생각하니 당시 재발했던 군대 무좀균에 아직도 발이 근질거리는 것 같다. 시장 촬영은 준비를 철저히 해도 항상 문제가 일어난다. 그날도 그랬다. “촬영이 뭔데, 길을 막냐!”, “촬영 때문에 오늘 장사 망쳤다.” 여기저기서 거친 말들이 오갔다. 하지만, 인심하면 부산이 아니던가. 충무동 해안시장 회장님은 우리 촬영을 지원하느라 가게 문도 닫으셨고, 임원분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당신 자식이 하는 일처럼 도와주셨다. 처음 뵙던 날 투박한 손으로 생선을 다듬던 무섭게만 느껴졌던 분들이 촬영 때는 천군만마보다 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셨던 것이다. 촬영이 끝나갈 무렵 땀과 비에 젖어 온몸이 무거워졌을 때 내 등에 손을 올리며 고생이 많다고 환하게 웃어주시던 회장님,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숙이는데 홀딱 젖어 있던 그분의 몸이 눈에 들어왔다. 촬영 때문에 제작팀만큼 빗속에서 이리저리 달리고 계셨던 것이다.
그때 왈칵 눈물이 나서, 해드린 것도 없는데 뭣 때문에 이렇게 도와주시는지 여쭸더니 웃으며 “괜찬혀.”라
고 하셨다. 그 말 한마디가 가슴 한쪽에 남아 현장에서 달릴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뒷정리는 늦은 시간까지 계속되었고, 회장님은 힘드실 만도 한데 끝까지 함께해주셨다. 이분들이 없었다면 현장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렇게 강렬했던 부산영화 <암수살인>의 첫 촬영이 시작되었다.

전포동 전자전기 도매상가 또한 잊을 수 없는 로케이션 장소 중 하나였다. 아직 200여 명 이상이 근무하고 있는 부산에서 가장 큰 전자전기 도매상가인데, 지하에서부터 2층, 3층까지 수십 개의 다양한 가게들이 가득했다. 전자상가 뒤로는 서면 NC백화점이 있어 주말이면 사람과 차량이 줄을 이었다. 처음 헌팅할 때에는 막막했다. 촬영이 된다고 해도 잘 진행할 수 있을까 싶었다. 정말 시장만큼이나 다양한 분들이 계셨는데, 이곳은 전자상가 회장님과 HAMS 무전기 총무님이 안 계셨다면 절대 촬영이 불가했을 것이다. 몇 번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도 절대 촬영은 불가하다는 분들도 계셨고, 말씀을 드렸어도 기억이 안 난다는 분들도 계셔서 여간 난감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회장님과 총무님이 나서주셨다. 특히 총무님은 처음 본 나를 조카라며 사람들에게 인사시켜주셨고, 조카가 하는 일이니 도와달라고 직접 고개를 숙이시기도 했다. 몇 번을 인사드리고 부탁드렸던 간절함을 알아봐 주셨던 건지 마치 가족 일처럼 도와주셨다. 촬영 진행에 불만을 품은 다른 가게 사장님한테 맞기까지 하셨던 총무님은 얼굴에 상처를 숨기시며 “괜찮다. 그냥 너희가 좋아서 도와주고 싶었다. 하기로 한 거 무슨 일이 있어도 끝을 내야 하지 않겠냐.” 말씀하셨다. 부산 어르신들이 그랬다. 겉은 투박하고 말씀도 거칠지만 몇 번 안 만난 사람도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하면 두 발 벗고 도와주시는 따뜻한 분들이었다.

매 순간 일이 생길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구세주처럼 나타나 기적과도 같이 느껴졌던 분들이 많다.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촬영은 갑자기 통행량이 많아져 촬영이 불가할 것 같다고 했었는데, 곤란해하는 나를 보고 직접 촬영이 가능한 톨게이트를 선별하여 3일 만에 허가를 진행해주셨던 과장님, 어선에 얼음을 받는 시간을 미루는 손해를 감수하시면서 자갈치 앞바다에서 촬영하게 해주신 상무님, 자갈치 도로공사 작업 일정과 촬영 일정이 겹쳐서 공사 일정을 조정해주신 항만공사 차장님, 그해 유난히 극성했던 모기 때문에 갑자기 밀어야 했던 갈대밭의 일정도 미뤄주신 소장님, 판사님들의 결정으로 촬영이 불가했던 법원도 임박한 촬영 일정은 진행해보겠다고 강행해주셨던 주무관님, 구 사상경찰서에 세트를 지어 3달간 불편을 드렸음에도 더 도와줄 것이 없는지 항상 물어보셨던 소방서 센터장님, 불 꺼질 날이 없이 바쁜 경찰청 마약수사대 사무실임에도 촬영을 진행하게 해주셨던 경찰 관계자분들, 경찰서 공사 일정과 촬영 일정이 겹칠까봐 늘 고민하시던 연제경찰서 관계자분들, 촬영 진행으로 불편을 드렸던 흰여울문화마을 주민분들, 다들 난감하고 곤란하실만한 상황에서도 기꺼이 우리 영화를 위해 양보하고 도와주셨다.

이처럼 영화의 퀄리티를 위해 세트장 촬영보다는 실제 공간에서 거의 모든 촬영을 진행했고, 지금 이 글에는 다 적을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그저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니라 암수, 실종, 잊힌 범죄, 범죄는 일어났지만 그 누구도 인지하지 못하거나 수사의 진전이 없어 포기해버리는 사건,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그 어떠한 위험도 감수하는 형사님의 이야기를 우리는 말하고 있다. 이 영화를 맡기 전엔 나도 암수사건이라는 단어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다. 암수살인과 암수사건, 그리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외로이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알려져서 더 이상 이러한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고,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암수사건들이 해결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영화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그분들의 마음과 노고를 영상에 잘 담아낼 수 있을지 모든 스태프들과 참여한 시민들이 노력한 영화이다.

끝으로 우리 영화의 첫 시작인 감독님과 형사님을 만나게 해주시고, 수많은 로케이션지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항상 도와주시고, 우리가 촬영이 끝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에 숙박을 제공해주셨던,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면 제일 먼저 촬영에 도움을 주셨던 부산영상위원회의 모든 직원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bfc